“뺐어요”, “줄였어요”, “없앴어요” 요즘 TV를 틀면 자주 들리는 말이에요. 자꾸 더해도 괜히 뭔가 모자란 것만 같은 치열한 경쟁의 시대인데,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일까요? 그런데 이상한 점은 또 있어요. 사람들이 이런 제품들에 열광하고 있다는 거예요. 같은 돈을 주고 스펙이 더 높은 물건이 아니라, 낮은 물건을 사다니요. 대체 왜 그런건지, 그 이유가 궁금해서 찾아봤어요.
기존의 물건에서 뭔가를 덜어낸 ‘로우 스펙 푸드(Low Spec Food)’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데요. ‘로우 스펙 푸드’란 당, 나트륨, 칼로리, 카페인 등을 줄인 식품을 말해요. 한마디로, 음식이 갖고 있는 본연의 맛은 지키면서 건강을 고려해 특정 성분을 뺀 거예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로 음료’ 가 바로 로우 스펙 푸드에요.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한 때 상점마다 품귀 현상이 일어날 정도였죠. 그런데 요즘 사람들의 입맛과 건강까지 사로잡은 로우 스펙 푸드가 하나 있다고 해요. 바로, 커피예요.
사실 그래요. 커피는 달지도 않고, 칼로리가 높은 편도 아니니까요. 과잉 섭취만 하지 않으면 건강에 해롭지도 않아요. 그런데도 커피에서 뺄 게 하나 있답니다. 바로, 카페인! 사실 카페인이 나쁜 건 아니에요. 카페인은 집중력을 높여주고 피로감을 줄여줘서 일과 공부에 도움을 주거든요. 하지만 카페인을 조심해야 하는 사람도 있어요. 임산부나 수유뷰, 어린이, 청소년, 불면증을 가진 사람은 가급적 카페인을 자제하는 편이 좋다고 알려져 있죠.
일반 커피랑 카페인 차이가 큰가요?
여기서 먼저 알아야 할 게 있어요. 카페인을 제거한 디카페인이라고해서, 카페인이 하나도 없는 건 아니에요. 디카페인임을 인정하는 기준이 있거든요. 이건 보통 나라마다 달라요. 유럽에서는 99% 이상, 미국은 97% 이상 카페인을 제거해야 디카페인으로 인정하고 있어요. 반면에 우리나라는 카페인 함량의 90%만 제거해도 디카페인으로 인정하구요. 이에 대해 디카페인 기준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어요.
디카페인은 역사가 생각보다 꽤 길어요. 1819년 독일의 화학자 룽게에 의해 처음으로 디카페인 기술이 개발되었어요. 하지만 상용화가 된 건 훨씬 이후의 일이에요. 1903년에 독일의 상인인 로젤리우스에 의해 상업화가 시작됐거든요. 그는 1905년에 최초의 디카페인 브랜드 카페 하그(Kaffee HAG)를 출시했어요. 그리고 1906년에 이 기술로 특허를 받았죠.
그런데 이때 만드는 방식은 조금 원초적이었다고 해요. 원두를 물에 담그고 화학 용매를 사용해서 카페인을 제거했거든요. 그런데 문제가 조금 있었어요. 이 과정에서 커피 특유의 향과 맛이 손상되었던 거예요. 사실 커피는 향과 맛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은 여러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어요.
현재, 카페인을 제거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로 나뉘어요. 뜨거운 물을 이용하는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 이산화탄소를 이용하는 ‘초임계 이산화탄소 추출법’, 화학 용매를 이용하는 ‘유기용매 추출법’ 이 있어요. 이 중에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 가 최근 들어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이에요.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는요. 커피콩을 물에 우려내 카페인을 추출하고 > 우려낸 물에 있는 카페인을 활성탄소로 분리한 뒤 > 물과 커피콩을 함께 건조하는 방식이에요. 화학 용매가 아니라,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커피의 맛과 향을 그대로 지키면서도 카페인은 줄일 수 있죠. 혹시 화학 용매를 사용하는 디카페인 커피가 있을까 걱정 되시나요? 걱정 마세요. 현재 국내에서는 화학물질을 이용한 디카페인 원두는 유통되고 있지 않답니다. 법으로 제한되어 있어요.
파는 곳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고 볼 수 있어요. 추가적인 공정이 들어가기 때문이에요. 아무래도 공정이 늘어나면, 인력과 시간이 더 들어 가니까요. 그런데도 디카페인의 인기는 계속 높아지고 있어요. 한 커피 체인점의 조사 결과 따르면요. 디카페인 음료가 전년도(2024) 대비 55% 더 판매 됐다고 해요. 또 다른 커피 체인점의 경우에도 첫 디카페인 커피 출시 이후 매월 평균 약 10% 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하네요. 헬시 플레저 (맛과 건강을 추구하며 즐겁게 건강관리를 하는 것) 트렌드를 타고 디카페인의 인기는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사실, 아직까지 디카페인 커피의 효능에 대한 연구가 그리 많이 이뤄진 건 아니라고 해요. 다만, 커피라는 관점에서 놓고 봤을 때는 여러 좋은 점이 있는데요. 매일 커피 한 잔을 마시면 당뇨병 발병 위험을 최대 7%까지 낮출 수 있다고 해요. 또, 커피에는 클로로겐산이 함유돼 있는데요. 노화 및 신경 퇴행성 질환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어요. 카페인 때문에 커피를 꺼려 왔던 사람이라면, 디카페인을 선택해서 조금 더 건강하게 마실 수 있어요. 속이 쓰리거나 위산이 역류하는 증상이 줄어드니까요.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디카페인 생두·원두 수입량은 6521톤으로 2018년 대비 4배 정도 늘어났다고 해요. 앞으로도 디카페인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구요. 하지만 유행만 쫓는 것은 금물!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게, 카페인과 디카페인을 잘 선택해서 커피 한 잔이 주는 행복함을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