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송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어요. 바로 문화방송의 <굿데이>라는 프로그램이에요.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GD’ 가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노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죠. 그런데 여기서 한 장면이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줬는데요. GD의 친구로 나온 웹툰 작가 기안84가 찻집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기 때문이에요. 찻집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는 독특함 때문에 재밌긴 했지만, 어쩌면 이제는 이게 당연한 일이 된 걸지도 몰라요.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아메리카노 사랑은 정말 대단하거든요.
실제로, 한 주문 앱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주문 1위를 차지한 메뉴는 바로, ‘아메리카노’라고 해요. 한 프랜차이즈 카페의 2024년 음료 판매량 1위 역시 아메리카노였구요. 또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2024년 1월부터 8월 사이에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무려 1억 잔이 팔렸데요. 뿐만 아니라, 아메리카노 가격 인상 소식이 포털 사이트의 주요 뉴스로 다뤄질 만큼 화제가 되기도 하구요. 우리가 얼마나 아메리카노를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죠.
저도 그런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래요. 해외여행을 다녀 온 사람들이 한결 같이 하는 말이 있어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고 싶어서 혼났다” 구요. 실제로 외국에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팔지 않는다고 해요. 대신 에스프레소를 많이 마신다는데요. 우리에게는 깔끔하고 구수하게 느껴지는 아메리카노지만, 그들에게는 애써 진하게 우린 뜨거운 곰국에 찬물과 얼음까지 넣은 것처럼 느껴지는 거 아닐까요? 그러니까, 문화와 입맛의 차이인 거죠.
커피 이름, 은근히 어렵죠? 대체 어디에서 나온 말인지 궁금할 때가 참 많은데요. 먼저 아메리카노의 어원부터 살펴볼게요. 아메리카노가 탄생 된 유력한 설이 하나 있어요. 제2차 세계대전 때, 로마에 주둔했던 미군 장병들 때문에 불리게 됐다는 이야기에요. 계속되는 전쟁에 지친 장병들에게 커피는 활력과 집중력을 높여주었을 텐데요. 커피는 절실한데, 유럽에는 에스프레소 밖에 없었죠. 아시다시피 에스프레소는 진하고 쓰잖아요? 이게 입맛에 맞지 않으니까 미군들이 에스프레소에 물을 타 마셨다는 거예요.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아메리카노를 만드는 방법과 같아요. 그런데 이탈리아 사람들에게는 많이 생소해 보였나봐요.
그래서 아메리카 사람들이 먹는 음료라는 뜻으로 ‘아메리카노’라고 불렀다고 해요. 이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이, 유럽에서는 지금도 아메리카노를 보기 어렵다고 하네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더 그렇구요.
신기하게도 그렇지는 않데요. ‘아메리카노’ 라는 단어의 주인공인 미국이지만, 드립 커피를 선호한다고 해요. 드립 커피는요. 분쇄한 커피 콩을 거름망이 있는 깔때기(Dripper)에 담고, 온수를 통과시켜 추출하는 따뜻한 커피에요. 한가지 재밌는 사실이 있어요. 미국 캘리포니아 연구팀이 커피 섭취 습관과 유전적 연관성을 확인했는데요. 미국인에게서는 드립 커피를 좋아하는 유전자가 우세했다고 해요.
정확히 딱 하나로 꼬집어 말하기는 어려워요. 한 나라의 식문화는 여러 요소가 복잡하게 결합 되어 탄생하기 때문이에요. 다만, 여러 분석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중에 몇 가지만 소개해 드릴게요.
먼저, 1999년 7월 27일 이화여대 앞에 들어 온 <스타벅스>에 의해서 라는 설이에요. 당시 아메리카노의 톨 사이즈 가격은 3000원이었어요. 최저임금이 1525원이었으니, 만만치 않은 금액이었는데요. 물건이나 취향을 통해 남들과 다르게 보이고 싶어 하는 대중의 심리는 스타벅스로 가게 만들었죠. 사람들이 그 중, 가장 저렴한 메뉴인 아메리카노를 선택하면서 점차 보편적으로 인기를 끌게 되었다는 주장이 있어요. 지금도 어느 매장을 가든지 아메리카노가 가장 저렴하잖아요.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한 잔의 여유와 활력을 얻을 수 있죠.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인기 있는 이유는 기능적 효과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어요. 바쁜 일상에서 차가운 커피로 몸과 마음을 깨우기 위해 기능적으로 마시기 때문이라는 거죠. 차가운 커피가 직장인이 이동하면서 마시기 최적화된 음료라는 분석인데요. ‘얼죽아’ 라는 말도 있는 걸 보면, 우리나라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 될 거 같아요.
최근에는 ‘회개리카노’ (회개하다+아메리카노) 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인데요. 과식 후에 칼로리가 낮은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반성한다는 뜻이라고 해요. 아메리카노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랑이 뜨겁다는 걸 알 수 있죠. 낮은 칼로리는 물론, 집중력을 높여주는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더 알차게 하루를 보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