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픽사베이
어제 동네 편의점에 갔어요. 간단하게 먹을 생각으로 김밥이랑 탄산수, 핫바를 골랐어요. ‘한 오천 원쯤 나오겠지’, 생각했는데 만원이 훌쩍 넘더라구요. 아무리 물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 거 같아요. 예전에는 ‘만 원의 행복’이라는 프로그램도 있었잖아요. 연예인들이 단돈 만 원으로 ‘일주일’을 살아내는 모습이 참 재밌었는데요. 요즘은 만원으로, 일주일은커녕 하루, 아니 ‘한 끼’도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거 같아서 참 씁쓸해요. 그런데 이런 만 원으로 한 달 동안 살 ‘집’을 구할 수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지금부터 만 원짜리 한 장으로 내 집 구하기! 시작해 볼까요?
네. 정말 있어요. 믿기 어려우시죠? 사실, 저도 처음 들었을 땐 ‘설마’ 했어요. 만 원짜리 한 장으로 점심 한 끼도 해결하기 어려운데, 집을 받는다니요. ‘방 한 칸 아니야?’ ‘보증금이 엄청 비싸겠지’라고 의심도 했었어요. 그런데 알아보니까 ‘만 원 주택’에 진심이더라구요.
첫 시작은 전라남도 화순이었어요. 화순은 예로부터 물 좋고 공기 좋은 청정지역으로 유명한 지역이죠. 살기에 참 좋은 곳이었던 거예요. 하지만 현실은 달랐어요. 인구가 자꾸 줄었거든요. 실제로 10년 전에 6만 5천 명 대의 인구가 2024년에는 6만 명대 까지 떨어졌어요. 이제는 6만 명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됐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방 소멸 위험지수’도 심각 단계에 이르렀어요. 지방 소멸 위험지수는 ‘한 지역의 20∼39세 여성인구 수를 해당 지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로 나눈 값’이에요. 소멸 위험지수가 0.5 미만이면 소멸 위험지역이라고 하죠.
명칭 | 소멸위험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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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위험 매우 낮음 | 1.5 이상 |
소멸위험 보통 | 1.0 ~ 1.5 미만 |
주의단계 | 0.5 ~ 1.0 미만 |
소멸위험지역 | 소멸위험진입 단계 (0.2 ~ 0.5 미만) |
소멸고위험 지역 (0.2 미만) |
출처 - 균형발전 종합정보시스템
그런데 화순의 위험지수는 0.33이었던 거예요. 전남 0.41, 전국 0.79에 비하면 위험도가 높죠. 이에 화순군은 2023년부터 지역 내에 비어 있는 20평형 임대아파트를 신혼부부와 청년에게 ‘월 1만 원’의 임대료를 받고 재임대하기로 결정했어요. ‘전전세’ 개념이었던 거죠. 사람들의 관심은 대단했어요. 2023년 1차 모집에서는 10대 1, 2차 모집에서는 17.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해요.
화순 만원 주택 (출처 - 화순군 홈페이지)
화순군에 따르면요. 만 원주택 도입 후, 다른 지역과 청년층 유입이 늘었다고 해요. 전체의 45%가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었어요. 또, 86.5%가 40세 미만의 청년이었구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출생아 수가 늘고, 인구 감소세는 약화했다고 해요. 바라던 효과를 어느 정도 이룬 셈이죠.
만 18세 이상 49세 이하의 청년이나 신혼부부라면 신청할 수 있어요. 지원신청일을 기준으로 화순군에 주민등록을 두고 있거나 입주일 즉시 전입할 수 있는 전입 예정자여야 하구요. 기준 중위소득 150% 이하의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이어야 해요.
있어요. 다른 지역에서도 만원 주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중이에요. 먼저, 전라남도의 경우에는요. 2843억 원을 투입해 2035년까지 고흥·보성·진도·신안군 등에 만 원주택 10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해요.
그리고 전라북도 전주시도 청년(19세~39세, 대학생 및 취업 준비생) 들을 위해 청년 만 원 주택인 ‘청춘 별채’를 운영하고 있어요. 보증금 50만 원, 방에 따라 1만 원에서 3만 원 정도를 받아요.
전주 청춘 별채 현황 (출처 - 전주시 홈페이지)
서울 동작구도 만원 주택을 시작했어요. 이름하여 ‘양녕 청년 공공임대 주택’인데요. 19세 이상~39세 이하 무주택 청년 신혼부부와 예비 신혼부부가 대상이에요. 다른 곳과는 다르게, 구에서 직접 건물을 신축해 운영하고 있다는 거죠. 기존 공영주차장이었던 부지에 지하 1층 ~ 지상 5층, 총 36세대를 포함한 청년 특화 시설과 공영주차장을 만들었다고 해요. 아시다시피, 서울은 주차난이 심각하잖아요? 그래서 만원 주택의 주차장을 구민에게도 공유해서 무료로 함께 쓸 수 있도록 했대요.
서울 동작구 양녕 청년 공공임대 주택 (출처: 동작구청 홈페이지)
만 원도 비싸다! 그래서 천 원 주택도 탄생했어요. 천원 주택은 인천에서 시행하고 있는데요. 신혼부부와 신생아 주거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아이 플러스 집 드림」 사업이에요. 무려 500가구 규모로 모집하는데요. 천 원 주택에 당첨되면 보증금 2500~3000 만 원 정도를 내고, 하루 1000원씩 월 임대료 3만 원으로 이용할 수 있어요.
순위 | 세부 자격요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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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순위 | 신생아 가구 지원대상 한부모가족 (「한부모가족 지원법 시행규칙」 제3조에 따라 여성가족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한부모가족) |
2순위 | 미성년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 및 예비신혼부부 만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한부모 가족 |
3순위 | 미성년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 및 예비신혼부부 |
4순위 | 1, 2순위가 아닌 만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혼인가구 |
5순위 | 혼인가구 |
* 동일 순위 내 경쟁 발생 시 가점(자녀수, 청약납입, 거주기간 등)으로 우선순위 결정
(출처 - 인천광역시 홈페이지)
2025년 1월 서울의 아파트 평균 가격은 13억 8천만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해요. 집값이 계속 상승하는 가운데, 만 원, 천 원 주택의 도입은 정말 반가운 소식이에요. 하지만 그만큼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해요. 앞으로 집값이 안정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주거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