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한마디가 전 세계를 요동치게 하고 있어요. 이 날벼락 같은 한마디에 각 나라는 긴급 성명을 발표하거나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예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에요. 매일 비상 대책을 발표하고 있죠. 매번 예측할 수 없는 말과 행동으로 ‘악동’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트럼프. 대체 그의 한마디가 뭐길래 전 세계가 이렇게 촉각을 곤두세운 걸까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 출처 - 픽사베이)
그래요. 이 한마디였어요. 대통령 취임 첫날에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거죠. 관세는, 쉽게 말해서 수입이나 수출되는 상품에 부과되는 세금이에요. 외국 상품을 수입하는 경우에, 그 물건을 수입한 수입자에게 세금을 내도록 하는 거죠. 예를 들어 볼게요. 만약에 미국에서 우리나라에 자동차를 수입한다고 가정해 보면요. 그 자동차를 우리나라에 들여오는 회사가 있겠죠? 그 회사가 세금을 내는 거예요.
맞아요. 그러니까 트럼프는 캐나다와 멕시코로부터 미국으로 물건을 수입하는 수입자에게 25%의 세금을 내도록 하겠다는 말이에요. 100달러짜리 물건이라면 관세가 붙어서 125달러가 되는 거죠.
캐나다와 멕시코랑 사이가 나빴던 거 아니냐구요? 아니에요. 오히려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가, 서로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우방국이에요. 믿고 지내는 사이라고도 할 수 있었죠. 그런데 그러다 보니까 안 좋은 점도 있었던 거예요. 어둠의 경로로 펜타닐이 들어오고, 불법 이민이 증가했거든요.
미국, 캐나다, 멕시코의 지리적 위치 (사진 출처 - 픽사베이)
펜타닐은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에요. 헤로인의 50배, 모르핀의 100배 정도의 진통효과를 갖고 있는 약물이죠. 혹시 뉴스나 유튜브에서 ‘현실판 미국 좀비’라는 영상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맞아요. 바로 그들이 펜타닐에 중독된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좀비 마약’으로도 불려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요. 18~49세 미국인이 펜타닐로 사망하는 확률은 2022년 기준으로 교통사고, 총기 사건, 자살, 암(癌) 사망자보다 많았다고 해요. 미국을 아주 괴롭히고 있는 약물이라고 할 수 있죠. 때문에 트럼프는 관세 정책을 통해, 캐나다와 멕시코를 압박하겠다는 거예요. 펜타닐과 불법 이민 문제를 알아서 해결하라는 거죠.
그런데 말은 그렇지만요. 그 이면에는 결국, 미국 내에 공장을 짓거나 생산량을 늘리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어요. 그렇게 되면 미국 내 일자리가 늘어나게 되고, 이는 곧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거든요. 미국을 다시 강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전략이라 볼 수 있죠.
그렇죠. 많은 수의 한국 기업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진출해 있거든요. 주로 미국으로 수출하기 위해선데요. 미국에 비해 인건비가 저렴한 데다가 지리적으로도 가까우니까요. 실제로, 한 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요. 국내 25개 그룹(대기업) 이 두 나라에서 201곳의 해외 계열사를 운영 중이래요. 캐나다에는 110곳, 91곳은 멕시코에 있다고 해요. 결국 멕시코와 캐나다에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도 관세에 대한 부담을 지게 되는 거죠.
그런데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에요. 3월 12일부터 수입되는 모든 철강,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어요. 우리나라가 미국으로 수출한 철강의 양은 2023년까지 259만 톤이었고, 지난해는 277만 톤이었어요. 무관세 혜택 도입으로 연간 263만 톤까지는 (관세를 면세받는 대신 수출 물량 제한) 관세가 없었는데요. 지금까지는 초과량에만 관세가 붙었다면, 앞으로는 모든 물량에 관세가 붙게 돼요.
그렇지 않아요. 우리나라 철강 제품에 관세가 붙는다면, 결국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어요.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지는 거죠. 그렇게 되면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저렴한 나라의 철강을 수입하게 될 수 있어요. 이건 곧, 우리나라 철강 업계의 위축으로 나타날 거예요. 수출이 줄어들면 자연스레 생산이 줄어들 거구요. 생산이 줄어든다면, 그만큼의 인력이 필요 없을 테니까 인력 감축이 시작되겠죠. 그렇게 되면 기존의 일자리는 물론, 신규 일자리까지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있는 포항과 광양, 당진의 지역 경제 침체도 불가피하죠.
그렇죠. 그런데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는 거예요. 자동차와 반도체, 의약품에 대해서도 4월 중으로 정확한 관세를 발표한대요.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품목 1위가 바로, 자동차거든요. 지난해 자동차 총수출액은 707억 8천900만 달러인데요. 이중, 미국 수출액은 347억 4천 400만 달러로 비중이 절반 가까이나 돼요. 특히나 자동차는 경쟁국들이 많은 분야라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지는 않을까 더 걱정되는 상황이죠.
모 증권사의 분석에 따르면요.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나라 주요 자동차 회사의 연간 영업이익이 4조 3,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요. 25%의 관세가 붙는다면, 그 피해는 더 커질 수 있죠.
사진 출처 - 픽사베이
그러면 GDP는 어떻게 될까요? 한 해외 투자은행도 미국발 관세 정책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연구했어요.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 부품, 의약품, 반도체 등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우리나라 GDP가 0.203%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어요. GDP가 감소한다는 건, 결국 경기침체를 의미해요. 말 그대로 미국발 관세 폭탄이 우리나라에 곧바로 떨어지는 셈이에요.
직·간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우리나라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어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수출 전략 회의를 열고, ‘범부처 비상 수출 대책’을 발표했어요. 대표적인 대책 몇 가지만 살펴볼게요.
관세 대응 수출 바우처 도입: 수출 바우처 예산 약 2천 400억 원을 상반기에 90% 이상 투입하기로 했대요. 또한, 관세 조치로 인한 기업들의 피해 분석부터 대체 판로 확보를 위한 컨설팅·법률자문 등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고 해요.
보험 한도 확대 및 보험료 할인: 관세부과로 피해가 발생한 기업 대상인 경우에는 무역보험 한도를 최대 2배 확대해 지원 한 대요. 그리고 올 6월까지 중소·중견기업 대상으로 무역보험공사 보험료·보증료를 일괄 50% 할인할 계획이래요.
유턴 기업 지원: 관세 피해로 인해, 국내로 긴급히 복귀하는 기업을 위한 제도에요. 통상정책 피해로 국내에 복귀하는 기업에게는 유턴 보조금을 10% 가산해 지원해요. 해외 사업장을 축소 중인 상태에서 복귀하는 경우에도 법인세·소득세·관세 감면 혜택을 제공해요.
2월 17일,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 차관보가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에 입국했어요. 박 차관보는 미국 상무부와 의회 실무급 인사들을 만나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적극 설명할 예정이에요.
또, 민간 경제 사절단도 미국을 찾아요. 국내 2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로 구성된 ‘아웃리치 사절단’ 은 2월 19과 2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를 공식 방문해요. 백악관 고위 당국자와 의회 주요 의원들을 만나 여러 통상정책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해요.
고진감래(苦盡甘來). 고통이 끝나면 단 것이 온다는 뜻이죠. 어려움이 지나면 반드시 좋은 시기가 올 거예요.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려 있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 부디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