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이제 CBDC로 거듭나다.

 출처 - 통로이미지


세줄 요약


  1. CBDC는 한국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화폐로, 현금을 대체할 새로운 결제 수단이에요.
  2. 블록체인 기반으로 해킹에 강하고, 수수료 없는 실시간 결제까지 가능해요.
  3. 카드나 간편결제와 달리 국가가 직접 운영하며, 디지털 바우처·재난지원금 지급에도 활용돼요.


얼마 전, 정말 오랜만에 시내버스를 탔어요. 전 주로 지하철을 타거든요. 앞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어쩐지 버스 안이 좀 허전해 보이더라구요. 어딘가 더 넓어진 것도 같구요. 대체 왜 이렇게 느껴지는 걸까, 버스 안을 천천히 살펴봤죠. 그러다 답을 찾았어요. 예전에 있던 게 사라졌기 때문이었어요. 뭐가 사라졌냐구요? 바로 현금을 받는 일명 ‘돈통’이 없어졌더라구요. 예전에는 그 돈통 앞에서 다들 참 바빴었죠. ‘지갑’ 꺼내고 ‘동전’ 찾느라 진땀을 흘릴 때도 있었고, 기사님은 거스름돈 때문에 연신 팔이 빠져라 레버를 내리기도 했었구요. 버스가 출렁일 때마다, 돈통 위의 동전들이 아래로 우다다 떨어지는 소리도 참 정겨웠었죠. 이젠 모두 추억 속의 옛이야기가 되었네요. 시내버스에서 돈통이 사라진 것처럼, 요즘 우리 생활에서 ‘현금’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는데요. 앞으로는 ‘현금’이 아예 사라질지도 모르겠어요. ‘CBDC’라는 게 생겨났거든요. 중앙은행(한국은행)이 새롭게 만들어 낸 ‘돈’인데요. 오늘은 이 생소한 ‘돈’에 대해 알아보려고 해요.


CBDC, 그게 뭔가요?


CBDC는 영어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단어예요. 우리말로 풀이하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죠. 중앙은행*은 한 나라의 금융과 통화 정책을 통솔하는 은행이에요. 나라마다 중앙은행이 하나씩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한국은행’이 중앙은행의 역할을 해요. 한마디로, ‘CBDC’는 ‘한국은행’이 만들어 낸 ‘디지털 형태’의 ‘돈’인 셈이죠. 그래서 지폐나 동전처럼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질 수는 없어요.


*중앙은행 : 한 나라의 금융과 통화 정책의 주체가 되는 은행을 말해요. 은행권을 발행하고 국고의 출납을 다루며 금융 정책을 시행하죠. 화폐를 발행하고 통화량을 조절하는 것도 중앙은행이 하고 있어요. 이름만 은행일 뿐, 시중 은행처럼 개인에게 예금을 받거나 대출을 해주는 일은 전혀 하지 않아요.


그럼,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랑 같은 거 아닌가요?


암호화폐란, 암호화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디지털 화폐를 말해요. 바탕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과 실물 주화 없이 가상으로 존재한다는 점이 CBDC와 꼭 닮았죠.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어요. 암호화폐는 정부나 중앙은행 등의 관리를 받지 않아요. 오로지 개인 간의 P2P 방식으로 분산·관리되죠. 그래서 불안한 면도 있었어요. 가격의 변동이 심했고, 해킹의 위험도 있었죠. 하지만 CBDC는 정부의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책임까지 져요. 정부가 보증하는 진짜 ‘돈’과 다를 바가 없죠. 법정화폐와 1:1로 연동되기 때문에, 비트코인처럼 가격이 요동치는 일도 거의 없어요.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서 해킹의 위험에도 비교적 안전하죠.


* 블록체인 : 거래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가 거래 내역을 공유함으로써 해킹을 방지해요. 예를 들어, 어떤 은행의 계좌로 A가 B에게 10000원을 보내요. 그러면 그 은행의 서버 한 곳에만 ‘A가 B에게 10000입금’이란 거래 내역이 기록돼요. 그런데 해커가 은행 서버를 해킹해서 이 내역을 ‘A가 B에게 10억 입금’ 으로 바꿔버려요. 그럼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거죠. 하지만 블록체인은 그 거래 내역이 수많은 사람들의 서버에 저장되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때문에, 전체 시스템을 동시에 해킹하지 않는 이상 변경이 어려워요.


그리고 비트코인은 2,100만 개로 그 공급량이 한정돼 있어요. 하지만 CBDC는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에 따라 공급량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어요.


CBDC로 어떻게 결제해요?


현재는 사전 신청을 완료한 일반 이용자 10만 명을 대상으로 실거래 실험을 진행 중이에요. 이른바, ‘프로젝트 한강’이죠. 참가자들은 은행 예금을 디지털 화폐로 전환한 '예금토큰'으로 온오프라인에서 결제하면 돼요.


결제는 은행 애플리케이션의 QR 인증으로 이뤄지는데요. 'QR' 보여주기를 선택하고 사용할 바우처를 고른 다음에, 비밀번호까지 입력하면 QR코드가 생성돼요. 이 QR코드를 기기에 스캔하기만 하면 결제 완료! 테스트 기간 중에 예금 토큰 보유 한도는 100만 원, 총 변환 한도는 500만 원이라고 하네요.


오프라인 이용처 : 세븐일레븐, 이디야커피, 교보문고, 농협 하나로마트 등.

온라인 이용처: 현대홈쇼핑, 땡겨요 등.


그러면, 카드 결제나 ○○페이 같은 전자결제 서비스랑 다를 게 없는데요?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무언가를 살 때, 현찰이 아니라 디지털로 결제되는 방식이 비슷하니까요. 그런데 그 성격부터 달라요. 카드나 ○○페이는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지불 수단’일 뿐이에요. 돈이 아니죠. 하지만 CBDC는 국가가 직접 만든 디지털 ‘현금’이에요.


그리고 카드나 간편결제 서비스는 이자나 수수료, 가입 제한, 서비스 중단 등 여러 요소들을 감안 해야 하잖아요? 반면 CBDC는 이자도 없고, 가입비도 없고, 부도 걱정도 없어요. 때문에, 개인은 물론이고 소상공인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해요. 수수료가 없으니 부담해야 할 돈도 비교적 적어지는 데다가, 실시간으로 정산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결제 대금을 바로 받을 수 있어서 안정적으로 가게를 운영할 수 있죠.


그 외에 CBDC만이 가진 장점이 있나요?

CBDC는 기본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요. 때문에, 돈을 주고받는 거래과정 자체를 단순화할 수 있어요. 그래서 거래비용도 낮아지죠. 그리고 나라에서도 활용하기 편해요. 예를 들어 볼게요. 나라에서 재정 보조금 형식으로 지역화폐나 재난보조금을 디지털 바우처로 주잖아요. 그런데 디지털 바우처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여간 복잡한 게 아니에요. 이에 맞는 시스템을 새로 만들어야 하고, 가맹점도 일일이 확보해야 하죠. 또한 카드 회사와의 이해관계도 중요하구요. 그런데 CBDC는 어차피 중앙은행에서 관리하는 거니까,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돼요. 그냥 개인의 디지털 화폐 지갑으로 넣어주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이뿐만이 아니에요. 지폐나 동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또 돈이 드는데요. 그런데 CBDC는 디지털로 발행하니까, 그 돈도 획기적으로 줄어들어요. 게다가 무엇보다 불법 자금의 흐름도 딱 집어낼 수 있어요. CBDC는 거래 기록이 남으니까, 돈의 흐름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탈세나 불법 자금 거래를 보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추적할 수 있어요.


그런데 미국은 CBDC가 안 좋다고 다른 걸 쓴다던데요?


맞아요.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1월 대선공약을 통해서 “합법적이고 정당한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 개발과 성장을 적극 지원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어요. CBDC 대신에 ‘스테이블 코인’을 더 반긴 거죠.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같은 실물 자산에 가치를 연동시켜 발행되는 디지털 자산이에요. 돈이 아니라, 암호화폐의 일종이죠. 그래서 민간 기업 또는 재단이 자산을 담보로 발행해요. 때문에 정부의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통제, 관리하는 CBDC에 비해 훨씬 더 자유롭다고 할 수 있어요.


미국이 스테이블 코인에 적극적인 이유는 개인의 자유를 중요시하는 미국인들의 정서와도 연관돼 있어요. 누구나 자유를 원하지만, 미국은 자유를 그 어느 나라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거든요. 일례로, 코로나 때도 우리나라 국민들은 국가의 통제에 잘 따른 반면에 ‘개인의 자유’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통제에 애를 먹었다고 해요.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CBDC의 정부 통제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요. 거래 기록이 디지털로 남기 때문에, 정부가 거래 흐름을 파악하기 쉬워져서 프라이버시가 침해 당할지도 모른다는 거죠.


에디터의 한마디


불과 20년 전만 해도, ‘결제’라면 당연히 지폐나 동전을 내고 거슬러 받는 걸 의미했는데요.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 화폐의 도입을 앞두고 있네요. 세월의 변화를 실감하게 되는데요. 일일이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결제를 할 수 있게 되어 편리해진다는 장점은 분명하지만요. 노인이나 어린이 같은 ‘디지털 약자’의 경우에 사용이 어려울 수 있구요. 실제 ‘현금’과 혼용될 경우도 생각해 봐야 해요. 두 가지 ‘법정화폐’가 모두 쓰인다면 이로 인해 국민의 혼동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거든요. 모쪼록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해서 국민 모두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새로운 화폐’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봅니다.